봄은 가슴에 와 있고
계절은 저만치 따라오는 느림보 소처럼 아주 더디게 오고 있다.

먼저 도착해 있는 동호회 동생들의 성화에
부여 내산면 소제 천보제에  차를 멈춘다.

이거 뭐 명당자리(좋은 자리)는 다 차지하고 앉아있어
남은 자리인 도로아래에 자리를 펼 수밖에 없다.

하류 쪽으로는 내가 자리하고
좀 더 상류 쪽에 아스카님이 자리 했습니다.

2009년 초겨울 삼연속 도전에 삼연속 삼진당한 그 저수지 천보제
상류 논자리는 물론이고
제방 좌안 까지 빈틈없이 자리들 펴고 앉아 있지만
누구 하나 살림망 담군이가 없다

지금은 안 나왔지만
곧 나올 것 같다는 말에 속아 또 이곳에 대를 폈으니

오늘밤은 여기서 쉬어 가야겠습니다.

벌써 이곳에서 두 번째 밤을 맞는
동호회 동생들의 집옆에는 쓰레기봉투가 비치되어 있습니다.

"모든 게 먹자고 하는 짓"이라던데

낚시도 먹자고 합니까?

뭐 그렇지는 않더라도 낚시의 또 다른 맛
청청한 공기 마시며 이슬을 마시는 것 아니겠습니까

참 겁나게 큰 둥근달이 떠오릅니다.
나중에 들으니 슈퍼문(SuperMoon) 이라고 하더군요,

밤은 깊어 가는데 붕어는 소식도 없고
남들이 많이 잡는다는 가물이 마저 소식이 없습니다.

별 하나에 시름을 또 다른 별에 희망을…….

내 기대나 바램과는 상관없이
밤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.

온밤을 지새운 팔다리도 욱신거리는데
저 건너 제방 쪽부터 철수를 시작 합니다.

어제 밤에 던져둔 그대로 있는 찌만을 바라보며 몇 날 밤을 보내야 하느냐며
다른 곳으로 이동 할 것을 종용해 봅니다.

4전 4패 이건 말이 안 됩니다.
마지못해 이동에 동참하는 동생들과 천보제를 뒤로 하고
어디론가 가야 합니다.

안테나를 돌리고 이리저리 전화 하고
한참 부산을 떨더니 태안 달산지로 가자고 합니다.

태안군 남면소재 달산지는 주차 할 곳이 마땅하지 않고
제방 좌안 쪽은 그 나마 돌로 막아두어 좌안의 접근은 힘들다.

쓰레기 문제가 대두 되어 몇 년 동안 낚시가 금지 되었던 저수지로
2010년 후반기부터 알음알이로 낚시를 해오고 있는데
주민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조만간 또 낚시가 금지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기만 하다.

"제발 낚시 가서 쓰레기 주워오지는 못할지언정  버리지는 말고 옵시다."

상류 쪽에는 굴곡이 심한 연안으로 되어 있고
현시점 만수 상태라 앉을 자리가 만만하지 않다

늘 그렇듯 멋진 포인트는 다 먼저 오신 분들 차지고

발을 물속에 담그고 낚시해야 할 정도의 포인트들만 남았다.

그래도 하룻밤을 보내야 하는데 마른자리에 펴야지
물속에서 낚시 하겠습니까?

아스카님도 고기가 있을법한 포인트보다
하룻밤 편히 낚시할 자리를 잡습니다.

사람이 살면서 모든 것에 만족 할 수는 없습니다.
말 못할 고민, 단조로운 반복에서 오는 권태,
물론 권태는 나태와 태생부터가 다릅니다.

삶이 순조롭지 않고 이것저것 다 귀찮아져서 권태가 생긴다면
아무런 생각 하지 말고 찌만 응시하여
스트레스를 몰아내야 합니다.

술 한 잔 마시고 궁시렁 궁시렁

해 떨어지기 전에 고우영님께서 오시더니
한 바퀴 순시 도시며 사진을 파바박

나도 모르게 카메라 주머니에 넣어두고
아침이 되어서야 꺼내 들었습니다.

누군가에게 의지를 한다는것은 어쩌면 나를 나태하게 만들수도 있습니다.

이 작은 저수지에 내가 아는 사람들 엄청 모였습니다.
사진에 안 나와서 그렇지
두꺼비님,착한엉아님은 제방 좌안 끝에 자리하시고
제방 우안에는
부여 천보제에서 꽝 치고 복수전 온 사람들과 고우영님
상류 쪽엔 먼저 온 조사님들,

모든 별이 저수지에 쏟아진 듯 진풍경이 펼쳐졌다.
가끔 찌를 옆으로 끌기는 하지만
챔질을 할 정도는 아니다.

새벽 3시에 내리기 시작 한 비는
계속 내린다.
비도 계절에 따라 다른 느낌을 준다.
지금 같은 계절에 내리는 비는 측은지심!

비가 그칠 기미를 안보이자
비를 맞으며 철수 준비를 한다.

하루 이틀 노숙을 한 것도 아닌데 비가 오면  구질구질한 게
옷도 젖고 텐트도 젖고 그렇다고
철수 안하고 또 하루를 보낼 수는 없는 일

동호회 동생이 붕어 한 마리를 계측판위에 올려놓는다.
정확한 검측을 하면 미달이다,
하지만 그런 경우 눈감고 턱걸이 월척이라고 말할 수 있는
아량이 필요해진다.
O.K 턱걸이 월척 !

그런 붕어 두 마리를 들고 기념 촬영 해달란다
참 복도 많지 모두 꽝친 그 틈바구니 에서
붕어들고 사진 찍어 달라니
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.

우리 낚시인들이 붕어가 필요 했으면
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을 텐데
구태여 이 고생 해가며 붕어를 만나기를 희망 하는 것은
낚시라는 그 행위 자체에서 즐거움을 찾는 게 아닌지…….

환절기라 그런지 감기가 심합니다.
모두들 건강 하시고 안출 하세요.